「발가락이 닮았다」는 1931년 김동인이 지은 단편소설이다. 자연과학의 근거 위에 심리적 갈등을 그린 작품으로, 자연주의적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혈육을 갖고자 하는 본능적 욕구, 자신을 기만하면서까지 파멸에서 자기를 구하려는 생에 대한 의지 등 무력한 인간의 숙명을 그린 작품이다.
작품 맛보기
매우 불안정한 회사를 다니는 가난한 월급쟁이 M은 서른두 살이 되도록 혼인을 하지 않은 노총각이다. M은 학생시절부터 대단히 방탕한 생활을 거듭한다. 성욕을 이기지 못해 유곽으로 달려가곤 했는데, 결국 성병에 걸려 생식능력을 잃고 만다. 어느 날 M은 의사인 나를 찾아와 자신의 생식능력 여부를 묻고 가고, 며칠 후 M이 친구들 몰래 혼인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M이 결혼한 지 2년이 거의 다 된 어느 날 저녁, 나를 만난 M은 침통해하며 생식능력을 판별하는 검사를 받겠다고 말한다.
작품 속으로
“월급쟁이가 월급을 받았네. 받은 즉시로 나와서 먹고 쓰고 사고, 실컷 마음대로 돈을 썼네. 막상 집으로 돌아가는 길일세. 지갑 속에 돈이 몇 푼 안 남아 있을 것은 분명해. 그렇지만 지갑을 못 열어 봐. 열어 보기 전에는 혹은 아직은 꽤 많이 남아 있겠거니 하는 요행심도 붙일 수 있겠지만, 급기 열어 보면 몇 푼 안 남은 게 사실로 나타나지 않겠나? 그게 무서워서 아직 있거니, 스스로 속이네그려. 쌀도 사야지. 나무도 사야지. 열어 보면 그걸 살 돈이 없는 게, 사실로 나타날 테란 말이지. 그래서 할 수 있는 대로 지갑에서 손을 멀리하고 제 집으로 돌아오네. 그 기모치 알겠나?”
김동인(金東仁)
호는 금동(琴童)·춘사(春士)이다.
1900년 10월 2일 평양의 갑부 가정에서 태어나 어린나이에 일본에 유학하여 수학했다. 1919년 을 발표해 등단하였고, 1919년 2월 주요한·전영택 등과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순문예동인지 를 창간하였다.
그의 소설은 한국 문단이 이광수의 계몽주의적 성향에서 벗어나, 문학의 예술성과 독자성을 제시하고 있다. 빈곤과 불면증, 약물중독으로 고통받다가 1951년 1·4후퇴 때 가족들이 피난간 사이에 죽었다. 1955년 사상계사에서 \'동인문학상\'을 제정·시행했으나, 1979년부터 조선일보사에서 시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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